2009 / 4 / 21 글
오디오는 별표전축만 있는 줄 알았던 1977년, 음악을 좋아하던 아버지가 금성사 리시버와 턴테이블, 3way스피커를 들이셨습니다. 금성의 최상위 기종이었고 출력이 2-300W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LP 모으는 재미가 붙어 용돈을 모아 레코드 가게로 뛰어가던 생각도 납니다.
대학 방송국에 들어 가면서 스튜디오에 있던 피셔, 마란츠, JBL, 탄노이를 들으면서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장르가리지 않고 많이 들었는데 클래식 뿐만 아니라 레드제플린, 산울림, 토토, 데이브그루진, 리 리트너를 많이 들었습니다. 결혼할 때는 아내에게 혼수품으로 다른 건 없어도 제대로 된 오디오 하나만 갖고 오라고 했는데, 농담으로 들었는지 그러진 못했습니다. 1989년 몇 달치 봉급을 보아 거금 140만원을 주고 아남 콤포넌트를 구입합니다. 인티앰프, CDP, 턴테이블, 카세트데크에 영국산TDL스피커가 함께 제공된 시스템이었는데 저역이 퍼져 불만이었던 것만 빼면 꽤 좋은 기기였습니다. 그 후 정신없이 바쁜 직장생활에, 여유도 없다보니 더 이상의 오디오는 생각도 못하고 20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2008년 초 백화점에 갔다가 매장에 전시된 심플한 보스 5.1채널 큐브 스피커와 AV를 보니 주체할 수 없더군요. 방치 상태로 있던 아남콤포넌트를 정리하고 보스 Lifestyle28을 들였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DVD로 오페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가끔 공연장도 가고요.
좀 시간이 지나니 영화나 오페라 볼 때는 손색없지만 AV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용산과 서초동 등 몇 군데 샵을 돌다가 지난 해 8월 덜컥 알텍601 스피커를 들였습니다. 그 날부터 앰프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알텍을 보니 괴롭더군요. 인터넷과 샵을 돌다 2주만에 상태 좋은 mc240과 MX110, 오디오리서치 CD3 MK2를 들였습니다. mc240은 진공관앰프 후보로 늘 동경하던 기기였고, 오리CDP는 초보로서는 좀 무리했다 싶을 정도로 가격이 높았지만 상당히 고급스러운 소리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mx110은 mc240과 무리없이 연결할 수 있는 무난한 튜너 겸 프리라고 생각했지만 해상도 면에서 좀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나중에 보니 mc240 매뉴얼에 권장 pre기종으로 나와 있더군요.
집에 들여 놓은 새 기기들을 세팅하고 연결할 때 어떤 기대감이 드는지 아실 겁니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를 걸자 천상의 소리가 나더군요. BB King과 다이안 슈어가 부르는 보컬이 이렇게 다를 수가.. 최근에 발매된 조세프마리클레멘트가 연주하는 달라바코의 무반주 첼로 카프리스는 또 어떻구요. 감동이었습니다. 이 좋은 걸 왜 못하고 살았을까, 그래 앞으로 오디오야말로 평생 갈 취미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석 달만에 알텍을 JBL C38 Baron으로 바꾸었습니다. 보컬이나 독주, 소편성과는 달리 알텍으로 대편성을 울릴 때는 해상도에 좀 불만이 있었고 악기들이 서로 뭉치는 느낌이 들어 좀 더 해상도가 좋은 스피커를 생각해왔고, Baron은 그릴 사이로 살짝 보이는 실버색상의 D130우퍼, 075트위터, 가로로 누워있는 인클로저, 나무다리 등 그 특유의 디자인에 반해 그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모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에게는 그 동안 알텍으로 대편성을 듣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구실을 계속 말해왔었고, 알텍의 투박한 외관에 내심 불만을 갖고 있던 아내 또한 Baron의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는지 쉽게 바꿀 수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Baron은 JBL 특유의 섬세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명징한 피아노 소리는 일품입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Baron으로 바꾼 뒤 한달쯤 되니 또 알텍의 두툼한 중역이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Baron의 중저역이 알텍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소리가 메마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현을 잘 울리는 풍성한 소리를 선호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오디오로 대편성을 들을 때는 크게 기대하지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중저역이 풍성한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Baron 자체가 문제인지, 스피커와 파워, 프리와의 매칭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Baron에 어울리는 앰프나 리시버를 장만해야 할지, 아니면 MC240+MX110에 어울리는 중저역이 좋은 스피커를 따로 들여야 하는 건지, AR로 가 볼까 등등 여러 가지를 고민중입니다. 아직 답은 몰라 앞으로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초보인 저에게는 이런 과정 자체가 즐겁고 재미있네요. 자나 깨나 오디오 생각만 나니 큰 일입니다.




